내가 선택한, 내가 그린, 재미있는 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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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min readSep 2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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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와의 인터뷰] 김잼

“나의 선택으로 삶을 살아가는 주체가 된 기분은 항상 좋고 행복합니다. 프리랜서의 삶을 조장하는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저는 이 좋은 걸 왜 이제야 했을까 후회할 만큼 좋습니다.”

‘프리랜서!’ 오늘도 자유를 꿈꾸는 많은 직장인들에게 프리랜서란 여우와 신포도의 관계가 아닐까? 멀찍이서 바라만 보다가, 결국은 포기하고 돌아가게 되는 미지의 세계와도 같은 것. 자유를 원하는 갈망 보다, 안전지대를 떠난다는 공포가 더 크기 때문일 거다. 공대생에서 디자이너로, 디자이너에서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변신한 김잼은 올해로 벌써 어엿한 2년차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엔터테이너, 의류 브랜드, 가전브랜드 … 내로라하는 대기업과 협업을 하면서도 꾸준한 개인작업을 통한 창작세계의 확장을 열어가는 김잼은 어떻게 스스로 선택하고 삶을 살아가는지, 그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안녕하세요 김잼 작가님! 인터뷰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재미있는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김잼입니다. 이름은 김잼이지만, 안타깝게도 요즘 그렇게 잼있는 일상을 살고 있지는 않아요. 조만간 몽골 여행을 갈 예정이라 주말, 공휴일 쉬는 날 없이 일만 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Mongolia Travel> by 김잼

바쁜 와중에도 저만의 재미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무리 바빠도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밥 먹으면서 책을 꼭 읽는다든지 하는 소소한 것들이요. 프리랜서이지만 저만의 루틴 정해놓고 달성했을 때 오는 즐거움이 요즘 저의 재미인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라..
원래부터 그림을 그리는 것에 재미를 느끼셨나요?

저는 성인이 되어 그림을 그리기 전까지 그림에는 관심도 없는 사람이었어요. 수학같이 딱 떨어지는 걸 좋아하는 전형적인 공대생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처럼 그림을 그리며 사는 인생은 상상도 안 해봤던 것 같아요. 연구원이나 과학자가 돼 있을 줄 알았어요. 우연히 디자인하는 게 재미있었고 디자이너로 오랫동안 살다 보니 기본적인 드로잉이나 일러스트레이션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어요. 인생은 정말 모를 일인 것 같아요. 제가 나중에 정원일을 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 점이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전형적인 공대생이었다니, 완전히 다른 학문인데요!
16년간의 배움을 포기하고 예술의 영역으로 떠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큰 결심은 없었어요. 사실 저는 전공이 너무 재미 없었거든요. 처음으로 살던 곳에서 벗어나 기숙사에서 자유롭게 대학을 다녔는데, 노는 게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제가 4년 전액 장학생으로 들어갔는데 대학의 의도와는 다르게 대학생활과 청춘을 만끽하며 신명 나게 놀았던 것 같아요. 대학교 3~4학년 때쯤 진로에 대해 고민하다가 전공보다는 정답이 없는 디자인이 매력적으로 다가와서 주저 없이 디자이너를 선택했어요. 당시 영화도 좋아해서 영화 프로모션 하는 디자인 에이전시에 들어가면서 디자인 일을 계속했어요.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자연스럽게 모션그래픽과 3d의 화려한 그래픽에 눈이 갔고 CF 포스트 프로덕션에서 모션그래픽 디자이너로도 일한 적이 있어요.

<EMPTY>, <CAMP> by 김잼

일을 하면 할수록 테크닉이나 화려함보다는 기본이 되는 아트웍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아트웍에 공을 들이다 보니 점점 순수 회화나 일러스트레이션이 매력적이더라고요. 그러다가 그림책들을 접하면서 세상에 정말 다양한 그림책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림책을 만들고 싶어서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어요. 지금은 그림책보다는 상업 작업에 더 기울기는 했지만, 다양성 있는 그림책을 만들고 싶은 마음은 늘 있어요. 글로 정리하다 보니 간단해졌는데, 십 년이 넘는 기간 동안 혼자 고민했던 과정이에요.

전공과 다른 길을 선택한 것도 대단하지만, 프리랜서의 길을 택한 것도 대단해요. 저는 누워있는 걸 너무 좋아해서 프리랜서는 정말 못할 것 같은데 말이에요.

저도 누워있는걸 참 좋아하는데요.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일정 관리하는 게 쉽지 않고 항상 풀지 못하는 숙제입니다. 프리랜서 초창기에는 일이 있을 때는 몰아서 일하고 없을 때는 한없이 쉬고 했어요. 그러다 보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저만의 하루 일정을 만들고 꼭 지키려고 합니다. 지금은 일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일과가 비슷해요. 일이 없어도 개인 프로젝트들을 하는 이유는 일하는 페이스를 유지하려는 것도 있어요. 사람이 무한정 쉬면 좋은 것 같지만 적당한 일을 해야 쉼이 가치 있는 거더라고요. 일이 없으면 우울하고 불안해져서 일이 없을 때도 개인 작업을 정해진 시간에 반드시 해요. 요즘같이 제가 여행 일정이 있어서 특수하게 바쁠 때 빼고는 하루에 5~6시간 정도 일하려고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일정 관리인 것 같아요.

프리랜서 경력 2년차로서, 지금까지의 감상은 어떤가요?

프리랜서의 삶은 대만족입니다. 물론 주말 없이 일해야 하고 월급이 없고 불안하다는 점이 있긴 하지만 그 모든 걸 상쇄할 만큼 제가 제 삶을 컨트롤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일정이 없을 땐 책을 읽는다거나 루틴을 갖는다거나 명상한다거나 하는 일상의 짧은 순간마다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기도 해요. 사회초년생 때는 월급을 꼬박꼬박 주는 회사에 다니는 게 어른의 모습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외의 삶은 상상한 적도 없었고 주위에서 찾기도 쉽지 않았죠. 그게 왜 당연하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어요. 회사에서 연차가 쌓일수록 나의 일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졌어요. 그래서 중간중간 배낭여행도 가고 다른 일도 해보았는데요, 프리랜서로도 살 수는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시작했어요.

김잼의 작업실

일러스트레이터로 부업으로 하던 고정적인 일이 있었고 프리랜서로 망해도 고정 수입이 있어서 굶지는 않겠다고 생각했거든요. 4년을 고민하다가 당차게 회사를 나왔습니다. 어딘가에 속해있다가 나의 선택으로 삶을 살아가는 주체가 된 기분은 항상 좋고 행복합니다. 회사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지 이 기분은 프리랜서가 된 지 2년이 넘었는데 질리지 않네요. 프리랜서의 삶을 조장하는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저는 이 좋은 걸 왜 이제야 했을까 후회할 만큼 좋습니다.

프리랜서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가 중요한 것 같은데,
어떤 식으로 커리어를 관리하시는지,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는지 궁금해요.

의뢰가 들어올 때마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 연락을 주신 건지 여쭤보지는 않는 편이라 잘 확실하진 않지만, 노트폴리오를 보고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노트폴리오 사이트 자체에서도 의뢰 주시는 경우도 있고, 핀터레스트에 업로드되는 노트폴리오 계정의 아트웍을 보고 연락하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그리고 노트폴리오는 시간순으로 작업물이 정리되는 다른 포트폴리오 사이트와 달리 순서를 직접 정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좌 — LG 그램 협업, 우 — 팻 브랜드 협업 의류를 입고 있는 토리

사실 많은 기업들과 협업을 했기 때문에, 특정한 프로젝트를 언급하는 게 약간 실례가 될 것 같긴 하지만요. 최근에 했던 프로젝트 중에서 노트폴리오와 함께 LG 그램 작업을 같이한 것도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펫 브랜드와 FW 강아지 옷에 들어가는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렸는데요, 업체에서 우리 집 강아지 토리에게도 맞는 사이즈를 보내주셔서 입힌 순간 너무 귀여워서 소리를 질렀답니다!

노트폴리오가 김잼님의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니 기쁘네요. 노트폴리오와 더불어 작가로서의 활동을 기록하는 매체가 무려 5개나 되네요! 대단한 아키비스트이신데요?

아키비스트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보지만.. 맞는 것 같습니다. 29살에 배낭여행을 6개월 정도 갔었는데요, 느끼는 점도 너무 많고 기록하고 싶은 게 많아서 그때부터 습관이 되었어요. 그 이후에는 블로그에 지인들만 볼 수 있게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핸드폰 사진과 근황을 기록합니다. 거창한 이유는 없고 핸드폰에 찍은 사진을 외장하드에 백업해두는데 잘 보지 않아서 블로그에 기록용으로 업로드하는데요. 시간이 지나면 ‘내가 여길 갔었구나’,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하는 것을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제가 주위에 항상 하는 말이 아카이빙의 중요성이에요. 기록하지 않으면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더라고요. 아카이빙하는 당시에는 중요성을 잘 모르는데 분명 쌓이고 쌓여 반드시 크든 작든 도움이 됐어요. 물론 업무의 모든 것을 기록하지는 못하지만, 블로그 및 포트폴리오 사이트에 꼭 기록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카이빙하면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불안함이 줄어들고 든든해요.

일러스트 말고도 다양성 있는 그림책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김잼님의 코믹스 <잼위크>를 기대하고 있거든요.

연재 2주 만에 휴업에 들어간 잼위크를 알고 계시는군요. 제가 그리는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캐릭터들은 이름도 성격도 없이 그림에 어울리게 들어가는 요소로 사용되거든요. 그게 아쉽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브랜딩을 하고 싶었어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는 누군가에게 선택받아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나만의 브랜딩을 통해 장기적으로 가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거든요. 오랜 고민 끝에 잼위크를 만들었답니다. 잼+위크는 일주일 동안 6명의 캐릭터가 각 요일을 담당하여 주인공이 되어 펼쳐지는 에피소드들을 모은 코믹스인데요. 각 캐릭터는 저의 다양한 면을 담은 성격을 가지고 있고 서로 관계성도 있어요.

잼위크 일러스트와 코믹스

잼위크는 빠르게 그려져야 하다 보니 라인이 들어가는데 면으로만 그리다가 라인이 들어가니 처음 그림을 그리던 기분이 들었어요. 잼위크는 기존에 그리던 그림들과는 달리 전시 작품을 목표로 그리고 있어요. 불행히 본체인 김잼이 너무 바빠서 2주 만에 휴업에 들어갔지만 바쁜 일들이 끝나면 다시 컴백할 예정입니다. 아직은 수요 없는 공급 느낌이지만, 많은 사랑 부탁드려요.

잼위크가 빠르게 컴백하길 기대합니다.
열일하시는 김잼님, 앞으로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나요?

잼위크 만화를 일단 더 쌓고 싶어요. 아직 양이 얼마 되지 않는데 더 많이 만들어서 잼위크 전시를 하고 싶어요. 원래계획은 연말에 하고 싶었는데 김잼의 업무가 마무리되어야 가능할 것 같아요. 그래도 지치지 않고 꾸준히 뭔가를 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저를 응원해주시는 노트폴리오와 계속 함께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김잼이 그리는 그림 많이 사랑해주세요. 그리고 모두 건강하세요!

김잼 작가

노트폴리오 | notefolio.net/kimjam
인스타그램 |
instagram.com/_kim_jam/
잼위크 코믹 |
jamweek.creatorlink.net/

노트폴리오 [창작자와의 인터뷰]
창작자와의 인터뷰는 노트폴리오에서 활동하고 있는 창작자를 선정하여 창작자의 작업과 작업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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